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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프로 TV "비트코인은 절대 화폐가 될 수 없다" 감상 & 내 생각

도깨비사장 2021. 5. 28. 15:30

그림1. 내 시청기록 발췌

차현진 한국은행 국장이 말하는 한국은행에서의/개인적으로의 암호화폐에 대한 관점은 즐겁게 잘 봤다. 서울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보는 데 차현진 국장의 깊고 넓은 식견에 존경을 표한다. 크게 두 가지에 대한 논점을 제시하셨다.

  • 화폐로서의 가능성
  • 금융자산으로서의 가치 인정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차현진 국장의 생각은 둘다 아니다는 것이다.

  1. 화폐로서의 가능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이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화폐의 탄생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에 불을 지펴(과거 금은 본위제도 때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시스템을 화폐라고 부를만한 요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근본적인 화폐로서의 가치를 부정할 때에는 케인즈의 생각을 예로 들며, 물질로서의 화폐와 자격으로서의 화폐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가상 자산(bitcoin 등)은 물질로서는 화폐에 도전할 수 있지만, 법과 사회가 부여하는 자격으로서의 화폐는 도전하기 어렵다고 했다. 왜냐하면 과세를 할 때 비트코인으로 할 수는 없고, 예산 편성 및 집행은 법정 계산 단위인 화폐로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 금융 자산으로는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형 자산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저작권, 특허 등과 같이 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가 모아지면, 자산으로 인정 받아질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예를 들며, 다음 구절을 언급했다.
"웃음 없는 고양이는 봤어도, 고양이 없는 웃음은 보지 못했도다!"
  • 고양이가 있기 때문에 웃음을 볼 수 있는 것이지, 웃음 그 자체는 존재할 수 없다. 웃는 대상이 존재해야 웃음에 대한 의미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것을 인용하며, 차현진 국장은 주장한다. 암호 자산이라는 것은 무엇을 암호화하는 것인가? "암호화되지 않은 자산은 봤어도 자산 없는 암호화는 보지 못했도다!" 고민해볼 만한 논점을 던져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논점에 대한 내 대답은 다르다.
내 생각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포괄할 수 있다. 우리가 듣는 목소리, 영상, 광고, 통화, 메세지, 날씨, 통장 잔고, 투표권, 특허, 예술은 모두 디지털이라는 범주안에 넣을 수 있다. 대부분은 우리가 얻는 정보는 이미 디지털로 가공된 것이다. 내가 쓰는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 또한 이 글도 디지털로 남는다. 디지털은 알다시피 복사하기가 매우 용이한 수단이다. 인터넷 상에서 제작된 영상도, 예술 작품도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재미를 주지만 근본적인 기계어, 저장 수단까지 나아가면 0 1의 특수한 패턴의 조합이다. 이런 끝도 없이 반복되는 0 1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바로 인간이다. 1001 0110 0000 1000 0000 0001 이게 뭘까? "뭐긴 뭐야 뭔가 이유가 있으니 적어놨겠지", 내 주민등록 번호 앞자리 2진법이다. 방금까지 그렇게 아무 의미 없던 0 1의 나열이, 주민등록번호라는 말이 만나면 절대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정보로 인식된다. 모든 것이 이렇다. CTRL+C CTRL+V만 누르면 복제되는 이 다분히 쓸데 없어 보이는 수열을 어떻게 보관하고, 복제를 막고, 원본 파일임을 증명하며, 매우 높은 안정성으로 쉽게 대용량을 관리할 수 있을까? 여기서 파생된 생각이 블록체인이고, 그 중, 이더리움 dApp이며, 관련 생태계가 하는 일이다. 정부기관처럼 강력한 신용 보증 기관이 없어도, 이게 원본 정보인지 아니면 해킹되어 변환되었는지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인 것이다. 신뢰성을 제공한다.

 

  • 많은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만드는 제 3(정부,은행)를 거치지 않는 절대적 신뢰성은 매우 매력적이다. 사람들은 그 신뢰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그 수수료는 신뢰를 보증하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흔히 채굴이라는 하는 과정에 보상을 지급된다. 당신이라면 무엇을 더 믿겠는가? 상황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기준을 시대에 맞게 쉽게 쉽게 달라지는 정부과 은행, 절대적인 기준이 지키고 있는 블록체인 세상? 고르는 게 어려운가? 당신이 법정화폐를 마음대로 남발하는 독재 국가에 있다고 가정해보면 쉬워지는가? 이미 이처럼 우리도 우리의 상황에 맞게 선택을 고민하고 달리한다. 이것에 이미 절대적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기에 선진국에서는 화폐로서 어림없다고 말할 수 있다. 문명이라는 수천 년의 단위로 보면 그렇지 않지만 우리는 살아야 고작 100년이니까,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튼튼한 정부와 은행이 지키고 있는 한 우리의 권리와 자산은 지켜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구 반대편을 보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허덕이고 있는 나라들이 꽤 많다. 그들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까? 정부조직조차도 그들의 나라 경제를 컨트롤하는데 실패했다. 무너져 가는 법정 화폐 대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신뢰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면? 당장 모든 나라들은 어렵겠지만 절박한 상황에 처한 나라들에게는 충분한 화폐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상품은 영상에서 차현진 국장이 말했듯 LED, OLED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모니터, 액정만이 상품이 아니다, 인간의 심리적 안정, 믿음, 흔히 감정이라고 칭하는 보통 정량적이지 않다고 표현하는 모든 것도 상품이 될 수 있다. 의미는 인간이 부여하고, 모든 사물은 인간이 인식하는 기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10만원을 더 들여서 오늘의 집 어플에서 더 비싼 전구를 사는가? 철물점에 가도 저렴한 LED 전구는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도대체 10만 원은 무슨 상품을 샀단 말인가? 인테리어에서 오는 만족감, 수면의 질 향상, 안정감 등의 재화에 사용한 것이다. 당신은 매월 3만 원을 내며 아이 만 19세가 될 때까지 청소년 보험을 들고 있다. 그럼 매월 3만 원을 내면 보험 회사는 어떤 상품을 제공하는가? 19세가 넘어서 보험을 해지 해서 환급을 받으면 통장에서 돈의 입출금 외에 무슨 상품을 제공받는 것인가?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기업은 소비자가 구매할 때마다 일정 수수료를 PG사에 지급한다. 그럼 PG사에서는 무슨 상품을 주는가? 보험과 PG사 돈을 지불하는 공통점은 신뢰와 리스크 해소에 있다. 그것은 만질 수 있는가? 실제로 아이가 보험을 해지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PG10년간 매번 수수료를 지불하였지만 지불 이슈, 유동성 확보 문제등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었다면, 단지 PG사를 거쳐서 수수료까지 지불하며 결제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왜일까? 바로 신뢰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신뢰성 하나만으로 매우 가치 있는 상품이 된다. 내가 5만원으로 송금을 했을 때 그 5만 원이 어디로 인가 사라지지 않고 잘 도착할 수 있다는 100% 확신은 5조를 송금하려는 사람에게는 천억보다 갚질 수 있다.
  • 자산으로는 말할 것도 없다. 내 저작권이 어떻게 분배되는 지도 모르는 음악가에게, 독재정부에게 땅을 몰수당하는 농민에게,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으로 송금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그들의 권리와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절대적 신뢰성을 부여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들은 수수료를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수수료는 흔히 암호화폐라고 부르는 보상으로 신뢰성 확보에 기여한 자들에게 나눠진다. 그리고 그 플랫폼이 많이 쓰이면 쓰일수록 더 많은 양의 보상이 돌아가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암호자산의 가치가 형성된다. 물론 버블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내 생각이 아니다) 솔직히 콕 집어, 이더리움은 POS 포크 전에는 전 세계의 네트워크 처리량과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수 없다. 사용하기에는 거래 처리가 극도로 느리고 전력소비가 심하다. 그렇지만 차현진 국장이 언급했던 것 처럼 "암호화되지 않은 자산은 봤어도 자산 없는 암호화는 보지 못했도다!"라고 말한다면, 틀렸다고 생각한다. 자산을 암호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로 비롯되는 신뢰가 자산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신뢰성을 기반으로 거래할 때 지불하는 수수료가 네트워크 신뢰성을 높이는 네트워크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것이 자산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블록체인이 향하는 미래는 합당하다.
언제든 토론, 틀린점, 문제점, 쪽지 뭐든 다 환영합니다. 저조차도 가끔 저한테 확신 없습니다. 일단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리고 높은 수준의 방송을 전달해주신 삼 프로, 차현진 국장에게 감사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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